Stories
eeji wrkroom
<일상의 그림> 원데이 클래스
<일상의 그림>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의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여 그것을 그림 안에 담아냅니다. 그림 속 자신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며 치유와 충만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Category: Culture Date: 2023.10. 21
- 안녕하세요. 작가님과 클래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치유적 예술을 경험하는 곳 [이지 워크룸(eeji wrkroom)]을 운영하는 작가 이지입니다. 11월부터 그린하우스에서 <일상의 그림>이라는 제목의 미술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수업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그림> 수업에서는 각자의 행복한 경험을 그림 안에 담아냄과 동시에 예술이 가진 치유적 힘을 경험할 수 있어요.
- 이지님은 왜 ‘행복한 순간’을 그림에 담아보자고 생각하셨나요?
행복이란 가끔씩 찾아오는 빅 이벤트 같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 일상에 존재하고 있어요. 세잎클로버처럼요(*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 네잎클로버는 ‘행운’).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이 세상은 행복한 것 투성이거든요.
그런데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이 요즘의 풍토와 대척점에 있는 것들을 항상 원한다고 믿어요. 함께 어우러지기를, 고요한 평화를, 따뜻한 사랑을요.
그래서 각자의 소중한 일상 속 행복을 그림으로 기록해 보자고 생각한 거죠. 생각은 금세 휘발되어 버리니까요. 기분 좋은 순간의 기록을 차곡차곡 모아서 마음속에 저장하면, 내 일상에 항상 존재하던 행복을 더 수월하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렇다면,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는 매개체가 ‘그림’인 이유가 있나요? 이지님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엄마, 아빠도 겨우 말하던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색연필 쥐고 스케치북에 알 수 없는 형상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많이 찍혀 있더라고요. 그래선지 그림은 항상 저에게 친숙했고, 언제나 친구처럼 곁에 있어 주는 존재였어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상상 친구 빙봉처럼요. 지금도 기억이 많이 남는 순간이 있는데. 어릴 때 상상화를 정말 많이 그렸거든요. 캐릭터를 여러 명 만들고 그 캐릭터에게 각각의 인격을 부여해서 혼자 역할극을 하면서 놀았어요. 그때를 돌아보면 그림이라는 게 언제나 제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고, 그림으로 나 자신을 표현하면서 그걸 하나의 놀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후에는 입시를 거쳐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고, 미술 강사 일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때쯤엔 그림이 나의 놀이터이자 내 삶이었다는 사실도 완전히 잊었어요. 그저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했어요. 잊고 있던 예술과 내 삶의 연결성을 다시금 깨달은 계기는 ‘미술치료’를 만난 거예요. 교육적 접근이 아닌 치유적인 접근에서의 미술이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미술이라는 도구로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러면서 잃어버린 제 삶의 균형을 되찾았어요.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를 얻은 건 미술치료 덕분이었죠.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그림에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냄과 동시에 스스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는 건 분명히 치유적이에요. 이런 점이 좋았어요. 제가 몸소 체험한 치유의 과정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험하길 바래서 일상 속 행복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매체를 그림으로 선택한 거예요.
게다가 기록이라는 건 글이나 사진 같은 매체로도 가능하지만 그림은 그것들과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은 비언어적 표현이기 때문에 설명하지 않는 이상 내 그림 안에 담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남들은 다 알 수 없거든요. 그리고 나의 두 손을 사용해서 직접 재료를 탐색하고, 만지고, 표현하고, 수정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어도 나머지 단추를 끼워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재미있는 변주를 줄 수 있어요. 결과와 더불어 과정까지 모든 단계를 충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업이 미술이죠.
- 그린하우스에서 클래스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로는 그린하우스가 실제 ‘집’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집이라는 건 인류에게 있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면서 <진짜 나>를 가감 없이 드러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잖아요. 공간이 주는 안정감, 편안함이 자기만의 소중한 경험을 기록하는 클래스의 취지와 잘 어우러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그린하우스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고 실현하려는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또 한 번 클래스의 취지와 일맥상통한다고 느꼈어요. 그린하우스는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열려 있는 공간으로, 평소 본인이 쉽게 접하지 못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형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죠. 삶에서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건, 그것이 짧은 시간일지라도 내 삶 전체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그린하우스와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린하우스 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 흔쾌히 수락해 주셨어요.
- 앞으로 클래스에 방문해주실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익숙하지는 않은 게 그림이죠. 많은 사람이 그림 그리기를 생경하고 두렵게 느끼기 때문에 사실 저는 그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오거든요. 이 클래스에서 그림 그리기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면서 놀이와도 같아요. 나만의 표현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담으면 그걸로 된 거예요. 완벽하게 잘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요. 거창한 스킬 없이도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이미 우리 몸 안에 내재되어 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그런 알아차림을 경험하시면 좋겠어요.
그림 그리는 과정에서 한 번 재미를 느끼면 더 이상 그리는 일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꼭 외부의 도움 없이도 혼자 그림을 그리면서 내 마음속 이야기를 표현하고 기록하는 일이 익숙해지겠죠.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움직여 봐요. 자유롭게요.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이지 워크룸 eeji wrkroom
일정: 매주 토요일 , 일요일
시간: 오전 10:00 ~ 12:00 , 오후 20:00 - 22:00 (두 타임)
진행시간: 2시간
장소: 그린하우스 (서울특별시 성북구 안암로 27 5층 )
Text: (@eeji_wrkroom)
Photo : (@seokkoomin)
Instagram: (@eeji_wrkroom)